개인투자용 국채 도입과 투자판단 시 고려할 점 (feat. 이자소득 분리과세와 해외사례)
금융자산은 주식으로 대표되는 위험자산과 채권으로 대표되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됩니다.
대규모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투자은행이나 보험사는 채권에 많이 투자하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채권에 잘 투자하지 않습니다.
투자규모가 적다 보니 위험관리에 소극적인 데다가, 접근이 쉽고 익숙한 예적금을 채권 대신 활용하기 때문이죠.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의 국채 투자금액이 치솟고 있긴 하지만, 금융선진국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전체 국채 발행량 중 개인투자자의 보유비중은 미국이 6%로 우리나라 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국채가 포함된 펀드를 통해 자산을 축적한다는 점이 큰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https://www.korea.kr/news/top50View.do?newsId=148919797
개인투자용 국채 내년 도입…최소 10만 원부터 저축성 채권 매입 가능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정부 정책뉴스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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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가추세인 개인투자자 국채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에서 개인투자용 국채발행을 준비 중입니다.
국채의 수요기반을 확대함과 동시에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투자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매입자격을 개인으로 제한하여 발행합니다.
일반 국채와 달리 채권유통시장에서 거래가 불가하며, 증여 등 타인 이전이나 질권 등 담보권 목적으로도 사용 불가합니다.
따라서 채권금리 변동에 따른 시세차익을 거둘 수 없습니다.
만기는 10년물, 20년물 두 가지이며, 만기 시에 연 복리로 계산된 이자를 원금과 함께 지급합니다.
최소 매입단위는 10만 원이며, 10만 원의 정수배 단위로 매입 가능하며, 연간 매입한도는 총 1억 원입니다.
표면금리는 직전월 동일 연물의 국고채 최고 낙찰금리로 결정되고 가산금리는 기재부에서 매월 결정하여 공시합니다.
가산금리가 제도의 흥행을 가르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월간 1조 원 내외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1년에 약 12조 원이 될 것이고 이는 2023년의 개인 국고채 매입량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규모라서 발행 규모로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일반 국채 대비 혜택은 두 가지입니다.
1. 세제 : 매입액 총 2억 원까지 이자소득에 대해 14% 분리과세합니다.
2. 금리우대 : 국고채 발행 시에 결정되는 표면금리에 가산금리 얹어줌
다만 중도환매 시 두 혜택 모두 받지 못합니다. (매입 1년 후부터 중도환매 신청 가능)
그런데 이 혜택이 엄청난 혜택인가?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답하긴 어렵습니다.
기재부는 보도자료에서 개인투자용 국채 투자를 통한 자산형성의 예시로 40~59세까지 매월 20년 물 국채에 50만 원씩 투자한 뒤 60세~79세까지 매월 약 100만 원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예시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3.5% 수준의 비과세 예적금에만 가입해도 복리효과로 인해 20년이 지나면 원금이 2배가 됩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은 고정금리인 Series EE와, 물가연동 변동금리인 Series I가 있으며, 둘 모두 만기는 30년입니다.
Series EE의 중요한 특징으로는 발행 이후 20년간 보유할 경우, 발행금리에 상관없이 20년간 총 수익률 100%를 보장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연복리로 따지면 3.5% 정도이므로, 아무리 낮은 금리로 발행됐더라도 20년 보유하면 표면금리 3.5%를 산 셈 쳐준다는 뜻입니다.
Series I는 고정금리와 물가상승률을 기반으로 산정된 변동금리를 지급합니다.
2023년 2월 기준 Series I 지급금리는 5.27%인데, 이중 고정금리는 1.3%이며 3.97%가 물가상승률 반영분입니다.
두 국채 모두 이자소득은 연방소득세 과세대상이나 주ㆍ지방소득세에 대해서는 비과세입니다.
혜택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미국은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T-bond)를 10년 이상 보유할 경우 직계비속 수증에 한해상속 및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큰 장점입니다.
싱가포르는 더욱 특이합니다.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국채 소유자의 사망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양도를 허용하지 않으며 매매도 불가합니다.
다만, 개인투자용 국채로부터 발생하는 이자소득은 비과세 혜택이 허용된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또 특이한 장점이, 보유기간에 따른 수익률이 각 연물별 국채 수익률 수준에 부합하도록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지급금리가 점진적으로 상향되는 방식의 이자지급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10년 만기 개인투자용 국채를 매입하는 개인은 첫 번째 연도에 지급되는 이자율보다 두 번째 연도에 더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아 이자를 지급받습니다. 만일 채권시장에서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뛰어넘는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금리산정 방식을 조정하여 보유기간에 따라 지급금리가 증가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노후자금은 타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과 '예적금'에 많이 치중되어 있으며,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매우 낮습니다.
부동산보다는, 주식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할수록 기업성장과 경제발전에 유리합니다.
다만 부동산에 유동성이 몰려있는 흐름은 개인을 탓할 문제가 아닙니다.
개인의 중장기 자산형성을 위해 수익성 좋은 투자수단을 충분히 제공받았는가?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과거 경제사회적 구조로 인해, 자산을 가진 개인들의 다수가 부동산에 자산을 투자한 것은 일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번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은 유동성 흐름의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만,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충분히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들긴 합니다.
대다수 시중은행의 예적금상품은 복리는 기본이거니와 금리 또한 국채 10년물 20년물에 비하면 1%p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반적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시중은행의 상품 대신 국채투자를 선택할 유인이 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개인이 국채를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그 자체의 이자소득보다는, 타 위험자산과 함께 포트폴리오 위험관리용+금리 하락 시 매매소득 용도로 담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있구요.
그리고 어차피 포트폴리오 위험관리를 신경 쓸 정도의 개인투자자라면, 현재도 채권거래시장에서 국채가 뿐만 아니라 안정성이 높은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테구요.
여태 부정적으로 쓰긴 했지만, 사실 표면금리에 얹어주는 가산금리의 수준에 따라서 매력도는 얼마는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가산금리는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와 유사해지도록 0.5%p쯤 가산해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금융소득이 연 2천만 원을 초과하여 종합과세대상인 투자자에겐 15% 분리과세 혜택이 클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보다는 자산형성과 금융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완성된 세대가 혜택을 직접 누리겠죠.
정리를 위해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이 금융상품의 구조가 연금저축계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감안한다는 점, 중도 해지하면 세제혜택이 사라지는 점 등에서 유사합니다.
연령대별로 어떤 상품이 적합한지는 다르겠지만, 연금계좌와 비교 혹은 연금계좌를 활용하여 일반 국채에 투자하는 경우 등은 한번 따로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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