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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 이슈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생각 (feat.모수조정과 구조개혁, 신연금제도)

by j1018 2024. 2. 28.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생각 (feat.모수조정과 구조개혁, 신연금제도)


최근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에 대해 정부와 민간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였고,
같은 해 11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민간자문위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계획안은 기사화도 많이 되었고, 대형 유튜버들도 다룬 적이 있기 때문에 내용에 익숙한 사람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안은 ‘보험료 13%와 소득대체율 50%(소득보장강화론)’ ‘보험료 15%와 소득대체율 40%(재정안정화론)‘ 두 가지로 좁혀진다”고 제시했다. 현행 9%의 보험료를 4, 6% 포인트 올리되 받는 돈(대체율)을 10% 포인트 올리거나 유지하잔 것이다.

1안을 적용할 경우 7년 늦춰진 2062년에 기금 고갈이 되며, 2안을 적용할 경우 16년이 연장된 2071년에 기금 고갈이 된다.

 주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엄청 더내고 조금 더 받거나, 그냥 더 내고 그대로 받거나.'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땐 국민연금 고갈시점 7년 연장"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포인트(p)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50%로 할 경우 기금 고갈 시...

www.yna.co.kr


 


 
현재 논의중인 국민연금 개혁의 대부분은 '모수조정'을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구조개혁’ 입니다.
 

출처 : 국회 예산정책처

 
모수조정은 위 사진처럼 연금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한 채로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연금개시연령 등 모수(parameter)를 조정함으로써 기금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고
 
구조개혁은 연금제도 구조 자체를 변경하고 제도의 기능·역할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금제도의 소득재분배 기능과 소득비례 기능 중에 소득 재분배 기능은 기초연금과 통합하고 국민연금을 소득비례 연금으로 전환한다거나, 퇴직연금의 성격을 함께 지닌 특수직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것 등등이 있습니다.
 
얼핏 봐도 구조개혁보단 모수조정이 더 완화적인 개편방안이고, 그러다 보니 그 효과에도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나, 모수조정의 효과를 저해하는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도입시점 및 도입 초~중기에 지속가능성이 결여된 상태로 설계되었다는 것입니다.
 
연금제도의 가장 기본적 모수에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있습니다.
‘보험료율’은 내 수입의 얼마를 연금기금에 넣을것인지?
소득대체율’은 보험료를 냈던 동안 평균 수입의 몇 퍼센트를 연금기금에서 나에게 줄 것인지? 입니다.
 
국민연금제도 도입 당시 보험료율은 3%, 소득대체율은 70%였는데,
이는 평균 월급이 300만원인 김철수씨는 매월 평균 9만원을 내고, 은퇴 이후 평생 210만원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가입자 입장에선 딱 봐도 말도 안 되는 꿀통인 것을 알 수 있으나, 기금 입장에선 지속가능성이 의문일 수 밖에 없죠. (도입시점)
 
 2024년 현재와 단순 비교를 해봐도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2%) 1/3만 내고 5/3배를 받은 것으로,
가성비로 따지면 5배 유리한 수치였습니다.
 
그나마 1988년 제도시행 이후 5년마다 꾸준히 보험료율을 인상했었는데,
1998년 마지막으로 보험료율을 9%로 인상한 이후 25년간 인상하지 않았던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2000년 이후에 보험료율을 한 번이라도, 조금이라도 인상했으면 연금고갈 걱정은 한참 뒤로 미루어졌을 것입니다.
(도입 초~중기)
 

출처 : 보건복지부, 머니투데이

 


두 번째 문제점은 극악의 출산율, 기형적 인구구조와 이에 따른 세대 간 형평성 문제입니다.
 
현행 연금제도가 유지되는 경우 기금은 30년 후인 2054년에 고갈되며,
이 시점부터 추가 재정투입 없이 연금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35%까지 일시에 올려야 함.
말이 안 되는 수치이죠.
 
모수조정을 통해 고갈시점을 2054년보다 더 뒤로 미루고, 보험료율 인상의 충격을 완화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인구구조와 합계출산율을 고려하면
모수를 어떻게 조정하더라도 연금고갈과 세대 간 형평성 문제 자체를 해결할 순 없습니다.
 
결국 기성세대는 덜 내고 더 받는 반면, 미래세대는 더내고 덜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금의 정책적 의의를 고려하더라도,
미래세대들은 기존 세대 때문에 자신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세대에게 받을 보험료율을 올리기 어려우면, 기존세대의 소득대체율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이미 9%라는 낮은 보험료율로 평생 납부해 온 기성세대의 소득대체율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나라의 고질적 노인빈곤 문제로 인해 쓰기 어려운 카드입니다.
 
'노인빈곤율'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균등화 소득을 기준으로, 한 사회 내에 속한 전체 인구 중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한 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지표입니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주요국중에서 가장 높은데,
소득 재분배기능을 가진 연금제도의 소득대체율을 낮추게 되면 노인빈곤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안 좋은 것은 항상 OECD 1위를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금 고갈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득대체율은 유지 혹은 오히려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입니다.
 

출처 : 시사저널e, 연합뉴스

 '기대수익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국민연금 낼 바엔 그냥 내가 투자하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 때, 타 예적금 및 투자상품과 비교할 때 참고 할만 한 개념입니다.
 
기대수익비 = (가입자가 평생 받을 금액) / (가입자가 평생 납부한 금액 + 기금의 운용수익 ) 입니다.
국민연금 투자수익률을 보장하는 적금에 가입한 경우가 기대수익비가 1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정상적인 인구구조에서는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크면 연금기금은 줄어들고,
기대수익비가 1보다 작아지면 연금기금은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이나 은행 예금금리를 상회하긴 하지만,
기대수익비가 1보다 작아지면 사실상 은행에 적금을 넣는 게 더 유리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KDI

 
현행 연금제도상 1960년생의 기대수익비는 2.2임.
2054년에 연금이 고갈이 예상되니, 이때쯤 연금을 받게 되는 1994년생까지는 기대수익비가 1.7 수준입니다. (60세 수령 가정) 1.7 정도면 준수한 편이므로 기대수익률만 따진다면,
90년대생까지는 오히려 개혁을 안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뜻이죠.
 
2000년 이후 태어난 미래세대는 심각합니다.
2004년생이 기대수익비 1.0를 받는 마지막 세대이고,
2008년생은 0.8, 2012년생은 0.7로 떨어지다가 올해 태어난 2024년생 이후는 0.5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연금기금의 수익을 제외하면, 낸 돈의 절반도 못 받는다는 뜻입니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8%로 2배 인상해도 크게 바뀌는것은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1994년생 이후 출생자는 기대수익비가 1.0에 못 미치는 대신,
2020년생까지는 0.9 수준의 기대수익비가 나오고, 이후 출생자들은 위와 비슷하게 0.5수준으로 곤두박질 칩니다.
 
결론은 보험료율을 건드는 모수조정만으로는
기대수익비가 1.0 이상 유지되는 지속가능한 연금제도 운영은 어렵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선택을 해야 합니다.

완화적인 모수조정을 통해 당장 발등의 불 먼저 끄고 생각해 볼지,
급진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고질적인 연금 재정문제를 뿌리 뽑고 갈지를요.


 
문제의 근본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해결책이 하나 떠오릅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는
기금 소진 전까지는 적립식, 소진 이후에는 부과식으로 설계되어 있는데요.
 
지금처럼 적립금이 쌓여있는 동안에는 기금에 적립 및 운용하면서 수급자에게 지급하되(적립식)
 
국민연금이 운용할 적립금이 동나는 시점부터는,
연금을 납입하는 세대의 돈이 기금 적립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연금 수급자들에게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부과식)
 
미래에 부과식이 도입된다고 한들 미래세대의 납입금만으로는 기존세대에게 수급하기 턱없이 부족하므로,
이 시점부터는 어마어마한 국가재정투입이 시작될 것입니다.
 
결국 미래세대들은 근미래(적립식)에는 높은 보험료율을 내면서 기존세대를 ‘부양’하다가,
먼 미래(부과식)에는 높은 보험료율 + 막대한 재정투입에 수반되는 국가채무 부담 혹은 세금확대의 부담을 통해 기존세대를 ‘부양'하는 것입니다.
 
이래나 저러나 한 세대가 다른 한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것이고,
모든 세대가 같은 돈주머니에 돈을 넣고 빼서 쓰다 보니
'세대 간 형평성' 차원에서 불균형 문제가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해결책은 간단함.
같은 호주머니를 쓰는 게 문제니까, 호주머니를 분리하면 됩니다.
 
특정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구연금 '세대와 '신연금' 세대를 분리하고,
두 세대가 각각의 호주머니에 돈을 넣고, 각각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서 쓰는 것이죠.
 
구연금 세대의 호주머니에는 이제 더 이상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만 있으나 여태 쌓아둔 적립금이 꽤 남아있습니다.
신연금 세대의 호주머니에는 적립금은 한 푼도 없으나 대다수가 납입만 하고 있으니, 적립금은 금방 쌓일 것이고 안정적으로 운용이 가능합니다.
 
신연금 제도 도입의 진정한 장점은 ‘돈을 각각 관리해서 효율적으로 굴릴 수 있다’가 아닙니다.
바로 '기존 세대의 연금부담이 미래 세대로 전가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구조적으로 단절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세대 간 불화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와 장점을 가짐.
 

 
 
신연금제도를 실질적, 재정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출생연도에 따른 큰 차별 없이 장기적으로 기대수익비를 1.0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최고 장점으로 보이고,

구연금의 고갈은 더욱 빨라질 테니, 국가재정투입이 필요하고 그 시점이 더욱 앞당겨진다는 것이 큰 단점으로 보입니다.
(2045년 구연금 고갈예정)
 
다만, 어차피 이미 논의가 시작된 마당에
국민적 공감대를 확 끌어올려 재정투입을 일찍 시작해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 합니다.
 
자세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는 KDI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읽어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 KDI 한국개발연구원 - 연구 - KDI FOCUS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www.kdi.re.kr


최근 정부와 국회, 언론에서도 연금에 대한 많은 언급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연금제도에 대한 논의는 어느 한 세대가 책임질 수도, 어느 한 지도자가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온 세대가 머리를 맞대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희생해야만 우리의 미래세대에겐 건전한 연금제도를 물려줄 수 있습니다.
 
한 유튜버가 미래세대의 부담 완화를 위하여 국민연금 재원으로서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자본소득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정말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어주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글을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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